사람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에서의 기본적인 자세는 정당하거나 합리적인 명분이나 이유 없이 입장을 뒤집거나 임의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 정책을 결정하면서 그것을 언제든지 정반대로 뒤집을 수 있고 곧바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정책결정자의 신뢰성은 떨어지게 되고, 정책의 정당성과 합리성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인격이나 행동은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결정이 정책이 아니고 정책결정자의 도덕성과 처신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대통령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잡았다.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말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서 대통령실, 검찰, 감사원 같은 주요 정부기관들의 올해 특별활동비를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이번에 자기들이 정권을 잡은 뒤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삭감했던 특활비의 50%를 되살려 놓았다. 금년도는 이미 하반기에 들어섰으므로 사실상 당초의 액수를 전액 환원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나 장난질이 아니며, 억지나 심술 또는 증오심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과거에 그 항목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의미는 그런 예산은 아예 필요하지 않거나, 없어도 되거나, 더 나아가 적절하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설사 자기가 과거에 잘못 결정했더라도 일단 자기가 정권을 잡은 경우에는 그 방침을 지키겠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과거의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구성원인 국민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다. 자기가 한 직전의 행동에 대해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정반대의 결정을 서슴지 않고 내린다면 그 정권이나 그 다수당의 다른 어떤 결정이나 정책 등도 똑같은 차원의 논리와 방식이 반복될 것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 국가의 중대사를 당파적 증오심에서 망가뜨리려고 벌이는 못된 심술과 다름없다는 증거다. 예를 들어 전쟁을 하는 경우에 지휘관이 부하 장수를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무장의 한 부분인 투구는 굳이 쓰고 가지 않도록 명령해서 그 명령이 그대로 실행됐다면, 자기가 직접 전투에 나설 경우에는 자신도 투구를 쓰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그 군대의 사기와 군기가 유지되고 끝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현 정권의 이런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는 지난 연말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스스로 입증해 주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상상해 보라. 국정을 집행하는 정권의 손발을 억지로 묶어 버리기 위해 엉뚱하고 불법적인 방법들을 몽땅 동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도 이보다 황당할 수 없다. 새로이 임명되는 장관들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전 정권의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잣대와 이번 정권의 후보들에 대한 여당의 검증 잣대가 확연히 다르거나 전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통치자나 통치 세력의 잣대가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다. 믿음과 신뢰 없이는 국민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신뢰는 경험에서 형성된다. 일찍이 공자도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을 외치며 국가 운영에서 차지하는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집권 세력이 내로남불이라면 그 나라는 분명히 이중 잣대의 사회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라의 구성원 다수가 내로남불 정치인들을 지지한다면 그 또한 그 나라의 복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런 현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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