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재판부는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은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조작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의 1심 판결(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뒤집은 항소심을 두고 국민은 물론 여야의 반응이 엇갈린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았다.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1심과 완전히 상반된 항소심 판결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그동안 법원이 정치인의 거짓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과도 어긋난다. 이번 판결은 그렇지 않아도 거짓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거짓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앞으로 선거판에서 어떤 거짓말은 응징하고 어떤 거짓말은 용인할 것인가? 또 과장과 허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 전 대표는 일단 사법 리스크를 벗어났지만, 이 재판 이외에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비리,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 교사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뿌리 뽑을 때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심지어 일기장에도 거짓을 쓰는 사람이 있다.하지만 정치인, 더욱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여느 국민의 거짓말과 같을 수 없다.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재선위원회가 워싱턴DC 워터게이트빌딩의 민주당 사무실에 비밀공작팀을 침투시켜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자신도 몰랐던 공작에 깜짝 놀란 닉슨 대통령은 사건 은폐를 지시했고, 같은 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끈질긴 특종 보도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닉슨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고, 결국 1974년 8월 사퇴하기에 이르렀다.당시 미국 여론은 도청 시도 자체보다도 대통령이 그걸 감추려고 거짓말한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아일랜드의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정치적 거짓말 기술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거짓말은 권력 획득 및 유지의 수단뿐만 아니라 그것을 잃었을 때 앙갚음의 수단으로도 사용하게 됐다.”정치적 거짓말쟁이는 상대에 따라 시시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번복하고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의견을 말한다.어떤 주장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또 강원룡 목사는 “군인과 정치인의 말은 보증수표처럼 정확해야 한다. 의식적인 거짓말은 위조지폐와 같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악의적 거짓말로 얼룩지고 흔들렸다.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피격 음모론, 2016년 사드 전자파 괴담, 2022년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등을 보라.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진영 논리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가짜 뉴스를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악의적 거짓말 작태였다. 정치적 거짓말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정보의 투명성과 책임성,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거짓말하거나 정보를 조작할 경우, 시민들은 그게 거짓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거짓임을 깨달을 때쯤이면 꾸며낸 이야기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가 되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기다. 그러기에 거짓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고 거짓이 밝혀졌을 때 분명히 응징해야 한다. 부도수표와 위조지폐가 돌아다니는 세상이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듯이 거짓이 횡행하는 정치판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거짓을 적당히 눈감아 줘선 안 된다. 거짓을 밝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거짓에 속지 않는 건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출저 선진사회연대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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