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소원을 적고 액땜 위해달집에 붙인 종이는 거대한 불길재가 돼 보름달과 함께 밤하늘에둥실 떠올랐다 무사안녕 바라며···
정월대보름 전국 곳곳에서 풍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다. 대구와 경북도 내 일선 시 · 군에서 모두 23건의 달맞이 행사가 열려 최대 2만7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보름 행사는 달집태우기, 민속 한마당, 윷놀이 등 지역별로 다양하게 마련된다.
청도 거대한 달집 타올랐다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는 달이 뜨는 시각에 맞춰 오후 5시 30분께 높이 20m의 거대한 달집이 타올랐다. 저마다의 소원을 적고 액땜을 위해 달집에 붙인 종이는 거대한 불길에 재가 되어 보름달과 함께 밤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달집태우기를 보러온 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에 친구, 가족, 연인 등 관계도 다양했지만, 소원은 모두 `가족 건강·만사형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온 50대 주부는 “그저 다른 바람 없이 가족들 모두 건강하기만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천에서는 직지사천변 둔치, 안동에서는 낙동강변 둔치에서 각각 대보름 문화행사가 마련됐다. 문경에서는 산북면, 영천에서는 영천강변공원, 경산에서는 대명리, 영양에서는 영양군민회관, 예천에서는 예천한천체육공원, 봉화에서는 소천면 커뮤니티센터와 명호면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울진에서는 남대천에서 윷놀이 대회와 달집태우기가 열리고 울릉에서도 옛 장흥초등학교에서 장흥달맞이 놀이마당이 열렸다.
대구 북구 산격야영장 인산인해
‘2026 금호강 정월대보름 축제’가 열린 3일 오후 4시께 대구 북구 산격야영장. 전날 많은 비가 내리며 행사장 일부에는 진흙이 남아 있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행사 주최 측인 북구문화원은 질척이는 흙길로 인한 미끄럼 사고를 막기 위해 달집으로 향하는 동선 곳곳에 야자수 섬유로 만든 ‘코이어 매트’를 깔아 안전을 확보했다. 흐린 하늘 아래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시민들은 두툼한 외투 챙겨 입고 대보름의 정취를 즐겼다.
이날 축제는 축하마당, 체험마당, 달빛마당, 먹거리마당 등 4개 구역으로 꾸며졌다. 무태농악단의 길놀이가 흥을 돋우며 서막을 알렸고, 난타 공연과 성악 중창, 외줄타기, 국악 공연이 이어지자 관람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원지 부스에서 펜을 든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구암동 주민 최지은(39 · 여)씨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고, 가족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해가 저물 무렵 시민들은 행사 하이라이트인 미디어 파사드 공연을 보기 위해 달집 앞으로 모여들었다. 대형 구조물에 투사된 빛과 영상이 달집과 어우러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5, 4, 3, 2, 1”카운트다운과 함께 점화식이 시작됐다. 주민들의 소원지가 매달린 달집에 불이 붙자 붉은 불길은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시민들은 두 손을 모아 한 해의 소망을 빌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장관을 담기에 분주했다. 침산동 주민 이모(47)씨는 “달집 불꽃은 매년 큰 위로가 된다”며 “올해는 사업이 번창하고 지난해 힘들었던 일들은 모두 타버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올해 달집은 산불 등이 우려돼 지난해보다 3m 낮은 10m 규모로 조성됐지만, 전통 세시풍속에 미디어 연출을 더해 세대를 아우르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영천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달이 지구 그림자로 들어가 붉게 변하는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특별한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개기월식 특별 관측회가 열려 관심을 끈다. 영천시는 3일 오후 6시 30분부터 보현산천문과학관에서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관측 행사를 열었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현상으로 달이 붉은 빛으로 변해 ‘블러드 문’으로도 부른다. 특히 정월대보름에 개기월식이 발생한 것은 1990년 정월대보름 새벽 이후 36년 만이다.행사는 보현산천문과학관 앞마당에서 열리며 개기월식의 의미와 개기월식 때 잘 보이는 별자리 등에 대한 강연이 진행된다. 단, 기상 여건에 따라 관측이 어려울 경우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
국립과천과학관도 이날 천문대와 천체투영관 일대에서 개기월식 특별 관측회가 연다. 과천과학관은 공개 관측과 달과 관련된 체험형 프로그램, 전문 강연과 전통 악기 연주회 등을 개최한다. 행사장 곳곳을 달과 정월대보름을 주제로 한 공간으로 꾸미며 관람객이 만든 달 풍선을 전시하는 참여형 전시도 진행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개기월식은 날씨가 좋다면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달이 뜬 이후부터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기월식은 지구 반그림자에 달이 들어가는 반영식을 시작으로,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일부분 가려지는 부분식이 오후 6시 49분 48초에 시작된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은 오후 8시 4분에 시작되며, 오후 8시 33분 42초에 최대가 된다. 오후 9시 3분 24초에 개기식이 종료되며, 이후 부분식은 오후 10시 17분 36초에 끝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천문 현상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해에 한 번은 달을 올려다보게 되는 정월대보름에 특별한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만큼 붉게 물든 보름달이 밤하늘을 수놓는 장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 당국도 이날 산불 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했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해 각 지역축제 행사장별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산불 위험 요소를 확인 · 관리하도록 조치했다. 산림에서 가까운 대규모 행사장 주변에는 산불지연제를 사전 살포하는 한편, 산림 인접 지역 화재 발생 시에도 즉시 출동해 산불로 확산을 차단키로 했다.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산림과 인접한 지역에서 불을 사용하는 행위는 산불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행사가 아닌 마을 단위 행사는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월대보름` 부럼 · 오곡밥 먹는 이유
3일은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설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예로부터 설날 못지않게 성대하게 지내던 명절이다.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며 다양한 음식과 풍습이 이어져 왔다.
정월대보름의 대표 풍습은 ‘부럼깨기’다. 아침에 호두 · 밤 · 잣 · 은행 · 땅콩 등 견과류를 깨물어 먹으며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지길 기원한다. 액운을 깨뜨린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다.
오곡밥도 빠지지 않는다. 찹쌀 · 조 · 수수 · 팥 ·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밥으로,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함께 먹는 묵은나물은 여름철 더위를 타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침 식사 전 한 잔 마시는 ‘귀밝이술’은 좋은 소식을 많이 듣기를 바라는 뜻에서 전해졌으며, 생떡국·팥죽·약밥 등도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풍습으로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달맞이,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을 태우는 달집태우기, 논둑의 마른 풀을 태우는 쥐불놀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등이 있다. 모두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를 지닌다.
더위팔기도 빠질 수 없다. 정월대보름 아침 해 뜨기 전, 더위를 남에게 팔면 그해 여름을 덜 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길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을 받는 순간 “내 더위”를 외쳐 더위를 넘긴다고 믿었다.
강원 일부는 정월 열나흗날, 전라도 일부는 2월 초하루에 하기도 했으며 제주도에는 없는 풍속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눈치채고 “맞더위” 등 되받으면 오히려 더위를 되사게 된다고 전해진다.